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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키 2nd 앨범 천정의 4번째 트랙, 사랑의 형태 행복의 형태입니다.

마침 제가 사는 곳에도 지금 비가 오고 있네요.

체념과 무기력이 지배하는 듯하지만 밝은 내일을 기다리는 곡이라서 좋아합니다.

 

 


 

 

ー전제ー

 

이럴 때

나는 그닥 요령 좋은 사람이 아니라서

아무 말도 하질 못해

나는 그닥 요령 좋은 사람이 아니라서

아무 것도 하질 못해

 

행복해지는 방법따위 알 리가 없어

나에겐 어떠한 힘도 지혜도 없기 때문이다

 

오늘도 밖에 비가 온다

물론 아주 멋지고

훌륭하고 세련된 우산같은건 갖고 있지 않다

군데군데 작은 구멍이 난

우산같은 모양을 한 물건이라면 갖고 있지만

적어도 나 나름의 정성이 담긴 처신으로 하여금

그건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주려고 한다

아마도 이것은 때때로

거짓 감정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만

처신이라 하면 나는 이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기에나는 언제나 젖어있다

흠뻑 젖어 진흙 투성이

구멍이 난

우산같은 모양을 한 물건을 받은 사람이

귀찮다고 여기진 않을까 생각해

쓸데없는 배려인 것이다

결국 모두

흠뻑 젖어 진흙 투성이

웃기겠지

터무니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그런 모습을 보고

사랑하는 사람이 울었다

사랑해준 사람이 울고 있었다

나는 그닥 요령 좋은 사람이 아니라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나는 그닥 요령 좋은 사람이 아니라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이처럼

항상 뭐 하나 마음처럼 되는게 없다만

그래도 항상

요령 좋은 사람이 아니기에

진심으로 정말로

마음 깊이 이렇게 생각하고 기도하고 있어

내일은 맑았으면 좋겠다

 

오늘도 비가 온다

비 온 뒤 비

고생했어

 

“이걸로 끝이야

 

조용히 숨겨두는

옅게멀리 쫓는 손가락

 

수레바퀴 지나가네

떼구름을 밟듯이

조용히

소리도 내지 않고

 

낯익은 맨 끝의 불빛이 밝혀지니

얼굴이 붉어지고

소리도 내지 않고 무너지는

이 와륵[각주:1] 더미 앞에

무엇이 있을까

 

무엇이 있을까

 

누가 제발 알려줘

 

나는 요령 좋은 사람이 아니니까

상상조차 못 하겠어

 

그저

 

사랑했던 사람이 울었다

사랑해준 사람이 울고 있었다.

 

손가락과 손가락이 닿아 다정히

스칠 때마다

점점 더 심해져만 가

 

너른 하늘과 노니니 지쳐셔 말야

떨어지고는 소리 높여

튕기어 남은 것을 우러른다

 

뭐라 말할 수 있겠어

이런 내가 대체 뭐라 말할 수 있겠어

 

작별 하나 하나에 소원을 봉하고

저마다의 밤을 저어 앞으로 나아가네.

손바닥 위에 늘어 서있네.

흔들리며그쳐가는 빗속에서

 

가면 갈수록 등불의 빛이 희미히 남아있네

불안한 얼굴을 하고

잔물결 소리와 함께 사라지는

쏟아지는 것과 마음을 하나로 하며

 

혼자 우산을 쓰고 혼자 조용히 혼자 여행하네

 

비를 피하며

그런가나는

비도 되지 못하고

바람도 되지 못한 채

이렇게 사라져 가는 걸까

 

나는 아마도

이렇게 사라져 가겠지

하지만 그게 나니까 어쩔 수 없어

 

나는 결코 요령 좋은 사람이 아니라서

이게 좋은 것인지 좋지 않은 것인지

조금도 상상이 가질 않지만

그저하나 말할 수 있는 것은

그게 나니까 어쩔 수 없다라는 것이다.

 

사람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변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처럼 여겨져.

어차피 나는 나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늘도 비가 심하다

오늘도 바람이 심하다

오늘도        심하다

 

너른 하늘을 헤엄치니 지쳐서 말야

울며 떨어져 내릴 뿐인걸.

누가 무엇을 얘기한들

 

사랑했던 사람이 울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밖은 비

 

사랑해준 사람이 울고 있었다

 

오늘도 분명 내일도 비

 

작별은 하나하나 윤곽을 그리며

저마다 확연히 대지가 되어

손바닥 한가운데에 고인

물웅덩이를 받아들이고

 

아담하게 빛나며 쏟아지는

작은 소망의 역랑[각주:2]

소중한 사람 소중한 것이 있고

그것들이 물에 잠기진 않을거야

 

만약 결국 그렇게 된다면

나는

그것을 견딜 수가 없을 것이다

 

작아진 기댈 곳에

조용히 소원의 인형을

하나하나 달며

 

엉클어지듯이 도망치듯이 사라지네

구름에 끈을 매어

좇으며 등의 소리를 묻어 두네

 

우습겠지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내일은

내일이야말로

날이 개일 것만 같아서 말야

 

내일도 비

흠뻑 젖어 진흙 투성이

 

내일은 맑았으면 좋겠다

 

 

전제에의 추기

 

오늘도 비

 

비 온 뒤 비

 

흠뻑 젖고 진흙 투성이

 

그저

 

비가 오니까 어쩔 수 없어

비가 오니까 흠뻑 젖고 진흙 투성이가 되어도 어쩔 수 없어

 

이럴 때

나는 그닥 요령 좋은 사람이 아니라 아무 말도 못해

나는 그닥 요령 좋은 사람이 아니라 아무 것도 못해

 

그저

 

사랑했던 사람을 슬프게 해서는 안 돼

사랑해준 사람을 슬프게 해서는 안 돼

  1. 기왓조각과 자갈. 비유적으로, 아무 가치도 쓸모도 없는 것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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