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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읽어보았니, 레네?"

칠흑같은 숲 깊숙한 곳에 서있는 고성의 한 방.

성주 디스바흐 남작, 통칭 "푸른 수염 공"은

우아한 미소를 띠며 집사 레네에게 종이를 건넸습니다.

"...유달리 기분이 좋아보이신다 했더니ー 이겁니까."

감정 없이 대답하는 레네를 신경 쓰지 않고 푸른 수염 공은 계속 말했습니다.

"Wunderbar(멋져)... 드디어 이몸의 숙원을 이룰 때가 온 것이야. 이 세계에 필요한 것은 아름다움!

이몸의 성을 아름다움으로 채우고... "그 문"에 걸맞는 여신을 손에 넣어 보겠노라"

달빛을 등지고 푸른 수염 공의 머리칼이 살랑 흔들리며

푸른 눈동자가 어스푸레한 달빛을 받아 빛났습니다.

"데리러 가마ー아리따운 meine liebe(여신)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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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드문드문 서있는 황폐한 땅을 낡은 자동차 한 대가 모래 먼지를 날리며 달리고 있습니다.

차 안엔 바람에 날려온 종이를 읽으며 의기양양하게 해가 뜨는 땅을 향해 가는

모모트루프가 있었습니다.

"드디어 왔군. 때가."

운전석의 이누타케가 이를 악물듯 말했습니다.

"이번이야말로 도깨비를 한 마리도 남김없이 해치우고 고향을 지켜야 해...!"

강한 어조로 말하는 뒷자석의 모모세도 그들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조부모의 모습을 떠올리며

앞을 직시해 여행길을 보았습니다.

손에 쥔 종이는 벚꽃잎으로 모습을 바꿔 창 밖으로 날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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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달이 아름다운 밤이었습니다.

조금 높은 언덕 위에 만개한 벚나무가 한 그루 있었습니다.

그 나무에 걸터앉은 한 노인의 목소리가 주변에 울려퍼졌습니다.

"나의 노래는 곧 끝난다. 실로 행복한 종지부였다!"

노인은 시원한 웃음소리와 함께 양손 가득한 종이를

밤하늘에 흩날리며 만족스럽게 중얼거렸습니다.

"자, 다음엔 어떤 것이 꽃을 피우려나.

울려퍼뜨려보게나ー자네가 바라는 이야기를"

흩날리는 무수한 종이는 밤바람을 타고 세상에 뿌려졌습니다.

 

 

 

노래는 시작이 있으며 끝이 있다.

나의 노래도 곧 끝난다.

새로운 노래를 세계에 울리며

이야기를 자아내도록 하라.

모이거라.

우타이비토들이여.

벚꽃이 흩날리는 때에

해가 뜨는 땅에

노래를 울려라.

 

바라는 종지부를 손에 넣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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