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기노 우타/소식 및 잡담

올스타즈 앨범에 대한 이런저런 감상

ikasa 2021. 3. 15.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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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발매된 오토크로 올스타즈 앨범을 들으며

생각한 것들을 몇 개 적어보았습니다.

 

무색의 하늘 얘기가 많습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괜찮으신 분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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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 앨범의 의의는 역시 드라마 파트 02다.

배틀편(제2시리즈)과는 달리 이번에는

우타이비토들의 라이브 배틀을 드라마 내에서 연출해주었다.

 

곡 안에 SE 넣는거 좀 구식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대충 옛날 이누야사 OP 생각하면 될 듯)

이게... 멋있네... 속도감이랑 박진감이 사네... 

 

게다가 음원 재탕이 아니라 따로 녹음한거더라고.

음원과 다르게 드라마 파트의 라이브 버전은

좀 더 감정이 실려있고 이야기를 건네는 듯한 느낌.

이런 세밀한 차이를 살려 노래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대단하다.

 

개인적으로는 라이브 버전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음원보다 드라마 파트 02를 더 많이 재생하는 것 같다.

 

2. 그나저나 이 라이브 음원 좀 모바일 게임스러워.

처음에는 무대화나 콘서트를 떠올렸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곡 중간중간에 들어가는 애들의 대사가

요즘 모바일 리듬게임의 스킬 발동음스러워서...

 

내주면... 하겠지만... 제발 안 내줬으면 좋겠다...

가챠 돌리기도 두렵고 랭킹 달리기도 두렵고

스토리 해금할 생각하니 벌써부터 아득해 져.

 

3. 아루지[각주:1]도 처음부터 섭섭해하진 않았겠지.

오츠즈[각주:2]와 코츠즈[각주:3]의 거짓말이나 비밀도

사실은 '나를 걱정하고 배려해주기 위한 선의'로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노노님이 감정적으로 줜나게 흔들어 놓은데다가

'애 돌보기'같은 말을 해서 마음에도 없는 방향으로 선동당한거라 생각한다.

 

게다가, 모든 것을 올곧게 받아들이고 올곧게 행동하고자 하는 애인데

자신이 올바르다고 생각해서 한 행위를 조롱당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애라서'라는 식으로 치부당하니

자신에 대한 확신이 흔들린 것이라 생각.

 

아루지... 해봤자 15살 조금 넘긴 나이일텐데... 애이긴 하지...

하지만 자신이 애라는 사실을 긍정하는 10대가 어딨어.

심지어 차기 당주라는 위치에 있는 자이기도 하고

누나를 살리겠다는 대의를 안고 움직이고 있는데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애 취급 받으면 열받긴 하지.

정작 츠즈라 형제는 '주인님께서는 이미 어엿히 성장하셨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 간극이 너무 안타깝다. 제발 대화해. 대화로 풀어. 서로 오해하지 말고.

 

이번 CD가 이렇게 끝나서

절단구락부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굉장히 걱정된다.

사실 아루지라면 침착하게 생각하고 화내서 미안하다고 사과할 것 같은데

이 장면을 굳이 넣은데에는 이유가 있겠지... 앞으로의 파국에 대한 밑밥이겠지...

하여간 노노님이 문제임. 그의 발이 닿는 모든 곳이 파멸이다.

 

4. 나는 버기 원장이 앨리스티어를 순수한 의도로 감쌌는줄 알았어...

노노의 공격이 오기 전에 "앨리스티어만이라도!"하고 뭔가 수를 쓰길래

'하라구로 아저씨지만 진심으로 앨리스티어를 아끼는구나'하고 감동했는데

앨리스티어가 라이브 배틀을 하지 않게 될까봐 아프지 않도록 세뇌 건 거였음......

 

물론 버기 원장의 앨리스티어 신격화는 여간내기의 것이 아니니

분명 앨리스티어를 아끼고 사랑하며 집착하고 있기야 하겠지만

'원더랜드를 위한 도구이자 신세계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는 면이 더 강한 것 같다...

 

잘 해주고 있기도 하고 오히려 정신적으로 앨리스티어에게 의지하는 감이 있어서

다 쓰면 버리는 장기말로 쓸 것 같진 않지만... 의도가 불순해...

애한테 잘해주소......

 

5. 야쿠모!!!!!!!!!!!!! 아아악!!!!!!!!!!!!!!!!!!

나는 설마 그의 본명이 나올 줄 상상도 못했다.

CD 받기 전에 "본명 '다타[각주:4]'인 거 아냐?"같은 개헛소리를 지껄였는데

그 업보가 이렇게 돌아온다. (업보인가)

 

야쿠모라니... 이름 진짜 미치도록 잘 지었음...

일단 '쿠모'라는 동음이의어[각주:5]로 이어지는 부분이 최고고

일본 신화와 이어지는 이름이라는 점에서 다시 한번 최고다......

 

사실 야쿠모(八雲) 자체는 '겹겹이 쌓인 구름'이란 뜻이지만,

이 단어가 스사노오 신이 읊은 일본 최초의 와카(和歌)를 대표하는 말이기에

일본 신화와 관련이 높거든... 불교에 이어 토착 신화라니 정말 최고다.

 

쿠모오는 야쿠모라 불리는 것만으로도 발작을 하는데,

이 오지는 이름을 버리면서까지 과거를 잊으려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6. 칸은 인정받고 싶고 쿠모오는 사랑받고 싶은거겠지.

대충 노노님이 둘에게 각각 한 이야기를 간추리면

칸: 다시 비참한 생활하기 싫지?/너희 줜나 강하다

쿠모오: 네 과거 아니까 알아서 기어/야쿠모는 착한 아이지?

인데, 분류하자면 전자는 협박이고 후자는 구슬리는 말이라서.

 

바꿔말하면 후자의 말은 칸과 쿠모오가 듣고 싶어했던 말이라는건데

즉, 칸은 대단하며 쓸모있는 사람이고 싶었던 것이고

쿠모오는 누군가에게 존중받는 사람이고 싶었던거지...

 

노노의 말에 대해 쿠모오는 '제일 듣기 싫으면서도 듣고 싶었던 말'이라고 평하는데,

그 듣고 싶었던 말은 아마도 '착한 아이다'만이 아니라

그 뒤에 따라오는 '잘자렴, 야쿠모'까지일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애정을 어릴적부터 갈구하고 있던 것이 아닌가 싶어서... 나는 눈물이 난다...

 

7. 칸과 쿠모오를 향한 노노님의 심리 간섭이 무섭다

브레무지크의 음악때문에 양심을 조금이나마 가지게 된

칸과 쿠모오의 상태를 경계하고 원상태로 돌려놓기위해

위의 협박과 회유를 한 노노님인데,

생각해보니 이런 식의 현상 유지 노력을 한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더라고.

 

배틀편 얘기인데, 일부러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우타이비토들을 보게 함으로써

칸과 쿠모오가 자신의 처지와 세상을 더욱 더 저주하게 한 일이 있었다.

간접적인 방식으로 계속해서 이 둘이 세상을 미워하도록 유도하고 있더라.

 

흥미본위로 한 일이라 생각하지는 않고 (물론 즐겼겠지만)

이들이 '악인'이어야 사정이 편해지기 때문에 이러는 것 같다.

노노님의 진의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표면적으로 악한 일을 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 악한 일을 양심 있는 호인은 돕지 않을테니까.

 

그러니 계속 가스라이팅하고 있는거겠지.

이렇게까지 심리적 학대에 재능이 있다니 무시무시하다.

 

8. 노노님의 본목적은 종지부를 없애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우타이비토라는 종족의 연쇄를 끊는 것이 아닐까.

 

그런것이라면 종지부를 찾고 있지만

종지부에 소원을 빌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성립되고

세상이 조용해지길 바란다는 소원도 성립됨.

 

종지부를 찾는 여정과 그 끝이 비통한 일이 될 것이라는 건

공식이 너무 많이 여지를 줘서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이고,

노노님은 분명 라이브 배틀 2회차 참전이란 말야.

종지부의 실체를 아는거지. 그리고 그것이 비극의 원흉임을 아는거고.

부처된 자로서 중생 구원을 위해 악인을 자처하며 이런 일들을 벌이고 있는게 아닐까.

(라고 생각하기엔 굉장히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그가 칸과 쿠모오로 하여금 우타이비토의 힘을 증오하게 만들고

만나는 우타이비토들을 족족 번민하게 만드는 이유가 이해된다.

우타이비토임이 고통의 근원이며 자신의 힘이 필요없는 힘이라고 생각해야 

자신의 목적이 달성되었을 때의 부작용이 덜 할테니까.

 

9. 사쿠야가 종지부인거 아냐?

'노노 씨가 이겼는데 종지부가 나타나지 않았다'라고 일촌이가 말하기도 했고

'종지부란 대체 (정체가 무엇인가)'라고 오츠즈가 말하기도 했고

어쩌면 사물이나 개념의 형태가 아닌거 아닐까?

 

노노가 다 이겨갈 때 즈음 사쿠야가 나타났는데,

어쩌면 사쿠야가 라이브 배틀의 심판이자 종지부 그 자체여서

이긴 자에게 종지부의 자리를 물려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근거가 부족한, 심증만으로의 추측이기 때문에 이게 맞을거라 생각하진 않는데 아무튼.

 

10. 이왕 근거 없는 추측을 시작했으니 한 소절 더 하자면,

종지부가 이루어주는 소원은 실제로 그에 맞게 세상을 바꾸어주는 것이 아니라

소원을 빈 자들의 눈에만 그러한 가상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음.

 

코믹스 프롤로그 정황상, 사쿠야가 빈 소원은 '하나타로를 살린다'인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타로는 이미 죽은 것 같단 말야... 사쿠야는 말을 걸고 있는데...

 

드라마 파트 03의 마지막 부분을 들어보면

사쿠야가 '가자, 하나타로'라고 말하고 몇 초간의 무음이 이어지는데

이 무음 구간이 꽤 길다. 2~3초면 모르겠는데 10초나 된단 말야.

사쿠야는 하나타로의 소리를 듣고 있는거겠지. 우리가 아무것도 못듣고 있는 그 10초 동안.

 

남들이 보면 노망난 노인. 노노는 옆에서 그걸 보았으니

어차피 종지부로 만들어낸 이상적 현실은 허상이라는걸 알고 있는거지.

그래서 종지부를 아예 이 세상에서 말소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추측을 하고 있다.

  1. 요스즈메 [본문으로]
  2. 오오츠즈라 [본문으로]
  3. 코츠즈라 [본문으로]
  4. 무색의 하늘의 모티브 소설은 '거미줄'. 주인공의 이름은 '칸다타'이다. [본문으로]
  5. 거미,구름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