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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생각이 많이 섞여 있습니다.

남들은 하나도 안 궁금할텐데 너무 TMI 풀었나 싶은 부분은

회색으로 처리하였으니 그 부분은 맥락만 파악하고 대충 읽어주세요.


그리고... 사진은 별로 없고 글이 굉장히 깁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볼 지 모르겠는데 대충 '이 전시회 갈 만한가' 하고 오신 분이라면,

"이 정도 분량의 글을 쓸 정도의 전시회구나" 정도로 파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가치 판단은 다르니 어떻게 느껴질지 모르는 법이지만

작품의 깊이와 가치는 물론 주최측의 정성과 열정이 느껴지는 좋은 전시회였습니다.





전시회의 정식명칭은 '퀘이형제: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전시중입니다.


전시회를 좋아하지만 코로나때문에 자중하고 있었는데

며칠 전에 너무 가고싶어서 괜찮은게 있나 둘러보다가 발견한 전시회입니다.


애당초 단편 애니메이션 좋아하기도 하고

그로테스크도 좋아하고 팀 버튼도 좋아하고...[각주:1]

리뷰를 보니 이거 안가면 후회하겠다 싶어서 바로 결제하고 다녀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갔다와서 다행이라는 것.

물론 작품을 포함해 여러 부분에서 만족스러웠어요.



▲하인 여행의 관


원래 전시를 볼 때 도슨트 없이 관람→도슨트 해설 관람 해서 2번 정도 도는데

이 전시회는 도슨트 오디오가 두 종류 있어서

노 도슨트→클래식 도슨트→시네마 도슨트 해서 3번 돌았거든요.

볼 때마다 보이는게 다르고 봐도봐도 안 질려요. 


그리고 클래식 도슨트와 시네마 도슨트의 해설을 모두 들어야

좀더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두 번 도는 것을 추천합니다.

(클래식쪽은 작품 외적 해설이 많고 시네마 도슨트는 내적 해설이 많다는 인상)


사실 회장 구조와 장치를 꽤 재밌게 사용해서 놀라서라도 다시 전시회장 입구쪽으로 돌아가고 싶을거예요.

저는 그 장치를 3회차때 깨닫긴 했는데 아무튼. (주변을 잘 안돌아보고 다녀서)

이 장치에 대해 얘기하면 스포일러 비슷한 것이 될 수 있어서 말은 삼가고 싶은데

퀘이 형제의 작품과 연결이 되며 회장 자체를 거대한 Peep-box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주최측의 전시회를 향한 열정과 애정이 느껴져 좋았습니다.


오디오 도슨트 설명이 친절하고 알기 쉬워서 이해하기 편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작품을 만들었구나', '이 작품은 그런 관점으로 보면 좋구나'

같은 느낌으로 작품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100% 이해했냐 한다면 아니겠지만... 초현실주의이고 난해하니까.

그렇지만 '어느 누가 예술품으로부터 100% 완벽하게 작가의 의도를 읽어낼 수 있는지?' 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안돼서 재미없다'라는 말은... 글쎄... 그냥 자기 취향이 아니었던 것 뿐 아닐까...


여담인데, 아방가르드, 의식의 흐름, 초현실주의같은 전위적인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당장 이 블로그의 이름부터가 이상한 가역반응 오마주인걸...)

메세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해석의 여지가 많고 (물론 정설이라는게 있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수용자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생각하거든...

타인과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가진 사전지식과 가치관으로

작품을 오롯이 파악하고 자기자신을 위한 깨달음을 도출하는 과정이 좋습니다.


참고로 저는 예약하지 않았지만 프라이빗 도슨트 서비스가 있습니다.

하루 세 타임 정도 도슨트 해설을 들으면서 관람할 수 있는데

저는 오디오 도슨트만으로도 만족했기 때문에 예약하지 않은 것에 별 후회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분명 더 많은 정보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부분도 있으니까

듣고 싶으신 분들은 꼭 사전예약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벤야멘타 연구소 시계


개인적으로 진짜 만족했던 점... 사진 촬영 가능/불가능 섹션이 있다는 점...

입장할 때 스태프가 촬영 불가능 전시장에선 찍지 말아달라고 양해를 구하는데

마음속에서 진심으로 쾌재를 불렀다.


물론 이 자본주의 아래에 자유로운 존재는 없고 그건 예술도 마찬가지이고

그렇기 때문에 상업성을 띠게 되는 것...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해해.

그렇지만 언제부터 전시회=포토존이 되었는지... 이게 분통이 터지는 포인트이다.

옛날부터 전시회 와서 사진만 찍으면서 지나가는 사람들 싫어했는데

그래도 그 사람들은 그 분야에 흥미라도 있어서 가는 사람들이었지...

이제는 '보고싶어서'도 아니고 '인생샷 건지려고' 가는 사람이 수두룩이더라고요.

사전조사 하다가 '전시회를 공부하려고 가나'하는 사람까지 봐서 개빡쳤었던 기억이

하지만 말은 아끼겠다... 아무튼 인스타가 사회에 끼친 해악이 크다.

사실 피해만 안 주면 사진을 찍든 말든 내 알 바가 아닌데,

도의적으로 작가와 작품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보이긴 해야하지 않나... 좀 작품을 보면 안될까...

이해하려하고 작품 자체를 즐기려는 시늉이라도 좀 하면 안될까...

사진 찍는다고 작품이랑 동선 다 막고 작품 만지고 환장할 노릇인데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촬영 불가능 규정이 있는게 정말 좋았고 

덕분에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작품 촬영이 가능한 섹션도 있고, 

해당 전시회에서 촬영을 막는 이유는 제가 가진 불만따위같은 이유때문이 아닐겁니다.

아주 기본적인 이유도 있을것이고 이번 전시회로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도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


위에서 이러니저러니 얘기하긴 했지만 포토존이 있긴 합니다.

회장을 나가기 직전의 전시장으로,

퀘이 형제 작품의 스타일을 모방한 설치 작품이 있는 곳입니다.

인증샷 찍기 좋지 않을까요. 하기야 남는게 사진이잖아.


난 내 사진은 됐고 아루지랑 같이 왔기에 아루지 사진이나 찍었음. 흐릿하지만...

아이 사진을 남기는 부모의 마음이 이런건가...




▲카프카의 메타모포시스


작품 성향을 간단한 키워드로 말하자면 '무의식', '광기', '그로테스크' 정도일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기괴한 연출로 긍정적인 주제를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나,

어떻게 신화를 이런 방식으로 해석하고 각색할 수가 있나 등등

참 많은 충격을 받고 감탄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름 없는 작은 빗자루'가 참 인상 깊었다.


'광기'나 '그로테스크'라는 키워드의 경우... 

그냥 작품만 봐도 '와. 그로테스크.' 같은 느낌이라 첨언할 것도 없지만

'어떻게 이들은 이런 작품 성향을 정립하게 되었는가'하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


물론 그들이 암울한 시기의 동유럽을 여행하고 당시의 창작물에서 영향을 받은 것,

대학 시절에 본 다양한 작품에서 영향을 받은 것 등등이 그 해답이 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들이 세계 13대 마경 중 하나인 무터 박물관에서 드로잉 수업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이게 진짜구나... 하고 절절하게 깨달았다.

아무리 그로테스크에 내성이 있다해도 저는 그게 픽션이라는 전제가 있어서 즐기는거거든요.

전 여러 바리에이션이 있는 시체 표본 집단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가짜광기는 찐광기에 범접조차 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든 작품은 '인형 가구' 도미토리움입니다.

미적 취미가 맞아서... 겠죠. 아무튼 보자마자 전율했어요.

왜곡된 공간에서 오는 아득함과 허무함, 공포, 그것들을 증폭시키는 오브젝트들.

딱 집어 말을 못하겠는데 그렇다면 반했다는 말이 맞을까... 이 도미토리움이 아직도 아른거려요. 

전시장을 나서면서도 그 작품을 언젠가 잊게될거란게 너무 아쉽더라고요.


'인형가구' 도미토리움이 사용되는 영화는 '지진 속의 피아노 조율사'인데

이 영화에 사용되는 도미토리움 전부 마음에 들어서.

전시회에서 공개된 도미토리움은 '인형가구'와 '말비나 제단' 그리고 '라크리마 크리스티'입니다.

(라크리마 크리스티... 듣고 괜히 좀 신났다...)

더불어, 영화 줄거리에 대한 간략한 소개문이 있었는데 내용도 굉장히 흥미진진해보여요.

볼 수 있는 방도가 있다면 반드시 보고 싶다... 들여와주쇼...


그리고 다른 의미로 마음에 든게 있다면 고요한 밤 시리즈에 사용된 토끼 퍼핏.

아니...!!! 너무 귀엽잖아...!!! 해당 퍼핏 실물이 전시되어 있는데 

축소 레플리카 인형 키홀더 제발 팔아줘... 라고 수십번은 생각했습니다. 진짜 너무 귀여워.

고요한 밤 시리즈가 바로 옆에서 상영되고 있었는데 이 토끼 퍼핏때문에 한 3번은 본 것 같아요.

움직이는게 더 귀여워... 깜찍해... 꼭 보세요... 귀여워...

그로테스크 성향의 예술가도 보편적인 귀여움에 대한 인식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당연한 소리)

하 진짜 귀여워요. 키우고 싶어. 꼭 보시길.




얀 슈반크마예르나 스와니 스와프렘, 브루노 슐츠, 로베르토 발저와 같이

퀘이 형제의 세계관과 작품에 영향을 끼친 사람들이 몇 소개됩니다.

이런 분위기를 좋아해서 위 작가들의 작품들도 한번 보고 읽어볼까 싶어요.

당연한 얘기지만 사전 지식이 있으면 보이는 것도 더 많은 법이니

해당 작품들을 읽고 다시 전시회에 가보는 건 어떨까... 하고 고려 중.




기념품. 형제의 대표작인 <악어의 거리> 포스트 카드와 

<얀 슈바크마예르의 캐비닛> 엽서입니다.

예매 사이트에 리뷰를 남기면 엽서 1장을 무료로 주는데,

방금 보니 8월 15~17일 사이 방문객에게는 입장만으로도 엽서 1장을 증정한다니

꼭 한번 구경해보세요.




끝.

  1. (보충) 퀘이형제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영화감독이며 그로테스크하고 초현실적인 작풍이 특징. 또한 팀 버튼이 존경하는 인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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