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차리니 일촌법사는 풀밭 위에 엎어져 있었습니다.

어느샌가 원래의 조그마한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살며시 고개를 들어보니 자신의 주변엔

그릇이나 방망이같은 소지품이 석양빛에 반짝이며 사방팔방 흩어져 있었습니다.

잘 보니 그릇은 이빨이 깨져있었습니다.

일촌법사의 뇌리에 정신을 잃기 직전의 일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숲에서 만난 소년과의 대화와 그 후의 싸움도.

이빨 깨진 그릇을 바라보며 일촌법사는 생각합니다.


항상 이렇지. 항상 항상 항상.

상처받고 결국 나 혼자 외톨이야.

하지만 "종지부"만 손에 넣으면.

다 내 "친구"가 되어버리면.

...반드시 내가 종지부를 손에 넣겠어.


모자에서 흘러내린 천 뒷편으로 일촌법사는 이를 꽉 깨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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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Trödel(잡동사니)들은 예의를 모르는군. 옷이 더러워져 버렸어"

차례차례 길을 나서는 우타이비토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푸른 수염 공은 흐트러진 머리를 정돈하며 어깨를 움츠렸습니다.

"공, 유희도 정도껏 하시지요. 입으신 옷은 부러 특별히 주문제작한ー"

담담히 주인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는 레네에게 졌단듯이 가볍게 양손을 들어올리며 푸른 수염 공이 저지했습니다.

"알았어 알았어. Beschwerde(잔소리)는 돌아간 뒤에 듣지"

"...제멋대로인 것도 정도가 있지"

자유분방하게 행동하는 푸른 수염 공을 향해 작게 욕을 하며 레네는 성으로 데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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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도 못한 노노의 배신에 요스즈메는 분노로 가득차 눈도 껌뻑이지 않고 지면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용서 못해, 그 흰 여우... 잘도 나를...!

원수놈들 길동무다... 농담이나 지껄이는 그 혀를 싹뚝 잘라주지..."

"...주인님"

요스즈메를 달래려는 듯 입을 연 오오츠즈라는 그 핏발 선 눈동자에 어린 무시무시한 원념에

뻗던 손을 움찔하고 멈췄습니다. 그러자 옆의 코츠즈라가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걔네, 세상이 조용해지기만 하면 된댔어"

"어? 으응"

아주 작게 몸을 떨며 정신을 되찾고 대답하는 오오츠즈라를 향해 코츠즈라는 담담하게 물었습니다.

"형님, 그 놈들이 종지부를 손에 넣으면 이 세상은 어찌 되는거죠?"

"...붕괴할...지도 모르지..."

코츠즈라는 생각하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 쏘아보는 시선으로 다시 똑바로 오오츠즈라를 보고 말을 이었습니다.

"붕괴...하면 주인님의 소원은 평생 못 이뤄지는거야? ー그런건"

"그렇겐 못두지. 그를 위해 우리들이 지켜야 한다ー이 목숨과 바꿔서라도"

코츠즈라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오오츠즈라는 강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형님의 결의를

눈썹 하나 까딱않고 들으며 코츠즈라도 요스즈메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끄덕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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