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크기가 생각 외로 커서 놀랐다. 그래도 종이 질도 좋고 그림도 큼지막하니 역시 큰 게 좋긴 하다.
이 책은 대본판 악마군의 속작으로 생각하면 쉬움. 대본판에서 사망한 악마군이 34년 후인 97년도에 부활하는걸 시작으로 악마군을 막으려는 자들에 맞서 싸우며 본격적으로 사도들을 모으기 시작함.
개인적으로 눈에 띄던건 솔로몬의 피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던 것. 대본판에선 파우스트박사가 건네주고 거의 쓰지도 않는데 여기선 물마시듯 쓴다. 쓰긴하지만 이치로가 안 씀. 개구리남자가 씀. 또 하나는 악마군이 이능력을 쓴다는 점 정도. 다른 악마군들에 비해 이치로가 뛰어나 보이는 건 이런것 때문이 아닌가 싶다. 자기가 직접 싸울 힘이 있음.
결말은 일본의 위기를 악마군이 구해내고 바다 저편에 있는 다른 사도들을 모으러 가는걸로 끝남.
대사에 요미가나가 없다했더니 역시. 이유라면 대본판이 60년대작이니 대상층이 그 때 어린시절을 보낸 지금 중년층이 된 어른들이기 때문도 있겠다. 그렇다고 청춘시대같은 그런건 아니고... 그래도 역시 아동용 책은 아니였다. 가끔 수영복도 찢어지는 나름대로 출혈서비스가...있기도 하고. 평소같은 사회비판도 들어있음. 역시 이 맛에 보지. 대사가 장맛임.
천년왕국.
이는 대본판 악마군을 재조명하여 다시 그린 것. 그래서 주인공은 똑같이 마츠시타 이치로.
처음엔 대본판이랑 똑같아서 구도만 다른건가 했는데 뒤로 갈수록 점점 다른 부분이 늘어나더니 아예 다른 전개가 될...뻔 함. 결말은 같음. 죽는 방법이 다를 뿐. 그래도 몇가지 구도와 대사는 대본판 그대로라 그런 부분 찾는게 재밌다.
그리고 대본판에서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은 부분이나 떡밥들이 여기서는 하나하나 제대로 설명되고 회수되고 있고 사도들도 착실히 모음. 대본판과의 다른 부분은 *기독교적 요소가 사라짐 *메시아 호칭이 사용됨. *사도를 추가적으로 모음. *악마 로손의 외형이 바뀜. *이치로 아버지의 파산 과정이 확실하게 그려짐 *봉래도에서의 사건이 자세히 다뤄짐 *스핑크스의 출몰 이유가 확실히 드러남 *이치로의 사망 과정이 달라짐 큼직한 부분들은 이 정도. 자잘한 것도 많다. 이치로의 방이 달라졌다던가. 이치로의 학교생활 부분을 더 자세히 그려냈다던가.
대본판도 좋았지만 천년왕국편도 마음에 들었는데 이치로가 조금은 더 사람다워졌다. 외형적인 얘기뿐 아니라.... 좀 더 감정표현이나 그런걸 더 많이 하는 느낌. 대사에 느낌표가 붙어서 그런가.
사토(도마뱀인간)에 대해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어느 시대든 몽상주의자라 할 만한 사람들이 있는거다."라던가 "메시아 행복하세요"같은 대사가 좋았다. 후자의 대사는 이치로를 죽이기 전 했던 대사라 기억에 잘 남는 것 같음. 반란죄로 경찰에 신고만 했던 대본판에 비해 천년왕국판에선 아예 공장단지에 경찰을 미리 배치하고 유인해서 죽임. 더 계획적이다.
마지막 장면 이 장면에서 개인적으로 소름끼쳤는데... 대본판에서 있었던 기독교적 요소를 뺐기 때문에 이번 천년왕국판에선 이치로 부활에 대한 떡밥을 깔아야 했는데 그 부활을 위한 떡밥을 봉래도에서 초상화를 그렸던 것으로 하여 복선을 깔아뒀다. 천년왕국판이 대본판 리라이트여서 그런지 대본판에 비해 확실히 깔끔하긴 하다.
악마군.
이 악마군은 악마군시리즈의 순번으로 따지자면 두 번째 악마군 되겠다. 마츠시타 이치로편이 끝나고 실사드라마로 악마군이 방영되었는데 그것이 베이스가 된 것이 이 악마군.
야마다 신고라는 악마군과 악마 메피스토가 같이 인간계에서 사회적 물의를 빚는 악마들을 무찌르는 내용임. 마츠시타편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나 구도나 대사에서 여러가지 겹치는 부분이 있고 이 야마다편은 후일 나오게되는 우모레기편(애니메이션버전,최신판 악마군)의 베이스가 된다. 굳이 따지자면 중간단계의 악마군임.
이야기 시작 전, 의자에 앉아 지팡이를 짚고 있는 악마군이나 파우스트박사를 안으며 서로 "오오 위대한 박사!" "크게 될 천재여!"하는 부분 등등 구도가 대본판과 빼다박은 부분이 앞 부분에 꽤 있다. 야마다편의 스토리 몇 개는 악마군 애니메이션판(우모레기판)에서 쓰이게 된다.
만화책 초반부의 파우스트박사의 여정에서 나오는 산페이와 기타로. 난 이런 이스터에그가 정말 좋더라.
야마다의 특징에 대해서 역시 눈에 띈 건 피리의 사용 빈도였다. 세기말대전에서 피리를 물 마시듯 썼다면 야마다편은 진짜 공기 마시듯 씀. 메피스토가 말을 안들어먹으니 당연히 그렇게 되는거긴 하지만.
야마다 신고는 몇 백년에 한 번 태어날까 말까한 천재(악마군)라는 설정에 안 맞게 너무 평범해 보이긴하다. 결말만 해도 솔로몬의 피리를 마녀한테 그냥 뺏기고 평범한 인간이 되버렸다고 본인이 인정하면서 끝나니... 솔직히 마츠시타를 빼고는 우모레기랑 야마다 둘 다 평범한 소년같긴 하다. 악마를 불러냈다거나 피리를 사용할 수 있다는건 또 다른 얘기지만. 어쩌면 그냥 마츠시타가 무지 센 거일수도 있음.
메피스토에 관해서라면 역시 츤데레를 못 빼놓겠다. 아무리 금전계약관계에 있더라도 맨날 이래서 하기싫네, 저래서 하기싫네 해도 피리 안 불더라도 악마군이 위험할 땐 계속 구해주고 도와줌. 이 유전자는 후일 메피스토 2세가 물려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