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면서 덕질했던 주된 작품을 몇 개 꼽자면

개그 만화보기 좋은 날(이거 얘기하면 다들 장난인줄 아는데 의외로 물건너 메이저였습니다....),

비마니(=아사키), 차구차구, 부키가미(무기의 신), 오토크로 등등인데

이것들의 특징으로 말하자면 공식이 퍼주는게 없다는 것입니다. 혹은 단명했거나.

그렇게 모질고 황폐한 장르들을 사랑해온 저는

토양만 있으면 물과 햇빛 없이도 파프리카를 재배 가능할 정도의

그런 오타쿠로 자랐습니다.

아무튼 각설하고, 이제부터 1년 동안 착즙하며 생각한 오토크로의 이런저런 요소를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아래로는 커플링, 스포일러 등의 내용이 포함되므로 주의해주세요.




1. 노노요 갓주식이라니까 진짜.

노노요는 정말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갓커플링이다.

정작 자리 깔아주면 못한다고, 막상 얘기하려니까 뭐부터 말해야할질 모르겠는데

솔직히 이 두 장만으로 모든 설명이 끝나지 않을까???????

두 번째 일러스트, 제35장 때 그림인데,

'그 시끄러운 혀를 자를 짬에 마치고 돌아오지'

'목이 쉬도록 열심히 지저귀고 오려무나, 참새야'

라는 대화가 오고갑니다. 나는 여기서 죽을테야.........


이 둘의 관계성이 좋습니다.

목적을 위해 서로를 이용하기 위해 손을 잡았지만

결국 철저하게 이용당하고 버려진 요스즈메가 노노를 증오하게 되는

이 관계가 너무 좋다.

부처를 상징하는 자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중생.

그리고 여우인 노노는 꾀를 부려 실리를 챙기려 했고

참새(작은새)인 요스즈메는 결국에는 약자의 입장에 있었다는 점이

기호학적으로도 너무 훌륭합니다....


심볼적인 의미로 따지자면 그들이 무언가를 자른다는 점에서 연결성이 있다는 것도 좋아하는데,

'혀잘린 참새'가 모티브인 요스즈메는 절단구락부의 리더이고

노노는 애용하는 금색 가위를 들고 지옥을 내려다보며 거미줄을 잘랐다는 것이.

그리고 자르는 사람(노노)과 잘린 사람(요스즈메)이라는 

능동-피동적 관계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도 좋습니다.


2. 코츠즈라의 눈에 대해서

코츠즈라의 가려진 왼쪽 눈은 '원수를 알아보기 위한 심안'이라는 설정인데,

이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쩍어서.

타고난 신체의 일부가 그런 한정된 역할만을 위해 존재한다는게 좀 이상하지 않나?

그래서 두 가지 가설을 세웠는데,


첫 번째는 '선천적인 능력으로, 심안의 능력은 주인이 설정할 수 있다' 설.

츠즈라 가문은 예로부터 참새의 거처(雀のお宿) 집안을 거드는 가문이므로

주인의 목적에 따라 사용을 달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지 않을까.

'혀잘린 참새'를 읽은 분들은 알겠지만 작은 상자(코츠즈라)에서는 금은보화가 나옵니다.

지금까지는 평화로웠기 때문에 당주들이 코츠즈라(의 포지션에 있는 사람)에게 

금은보화를 만드는 능력을 요구했고 그것으로 부를 축적했지만

이번 당주인 요스즈메의 소원은 재화가 아니라 복수이기 때문에

금은보화를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원수를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닌지.


두 번째는 '후천적인 능력으로, 심안을 심겨졌다' 설.

심겨진 것인지 심은 것인지(자의인지 타의인지)는 일단 접어두고.

요스즈메가 복수를 다짐한 날에 도움이 되기 위해 스스로의 왼 눈을 심안으로 바꿔 심은 것이 아닌지.

스스로 심었다면 차라리 괜찮은데... 츠즈라 가문 사람들의 종용으로 심게된거일 수도 있다 싶고 그럼.

하지만 그렇다 한들 코츠즈라는 별로 마음에 담고 있지 않겠지.... 그런 성격이니까....

분명 마음도 몸도 고생을 해서 심겨진 후에도 다음 날 요스즈메한테 가서

주인님 저 이런 능력이 생겼어요, 하고 태평하게 말했을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쪽 가설이 좋아요. 그런 약간 일그러진 충성심 너무 좋아.


3. 오오츠즈라는 그렇다면 뭘까.

원작을 생각하면, 오오츠즈라는 공격쪽으로 특화되어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혀잘린 참새'에서, 큰 상자(오오츠즈라)에서는 이매망량이 나와 참새의 혀를 자른 악역을 응징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의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닌지.

주은의 옥문 PV에 나오는 장면인데,

위의 것이 코츠즈라를 상징하는 것은 당연해보이고

그렇다면 아래는 오오츠즈라겠지.

공격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물리적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4. 절단구락부에서 벗어나보자... 앨리스티어의 정체성에 대해서

좀 민감한 얘기니까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은 하지만.

앨리스티어는 크로스 드레서일 뿐이고 스스로를 여성으로 생각하진 않는다는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

디스바흐에게 '나 여자애 아니야'하면서 바로 치마를 들춰서 보여준(...) 것부터 

이미 논란의 여지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냥 귀여운걸 좋아하는 남자애인거겠지.

다만 '귀여운거 좋아함=여장함=몸이 남자인 여자애'로 이어지는 것이 흔히 보이는 일본에서의 사고흐름이라

그가 공식/팬덤에서 '여자아이'로 취급될지도 모른다는 것에 나는 꽤나 경계하고 있다... 

걔는 스스로의 성별을 남자로 인식하고 있다고...


5. 칸이 하고 있는 초커말인데, 문 손잡이 같아.

고개 뒤로 젖히면 맞아서 아플 것 같고 턱에 딱 들어맞으면 어쩌지 싶어서 가끔 생각하면 잼씀.


6. 일촌법사에 대해서.

오토크로 세계관에서, 우타이비토들은 정신적 타격을 입으면 동물이 되는데(뮤트화)

일촌법사는 디폴트가 뮤트 버전... 정신이 평소에 불안정하다는 것일텐데,

그 정신 나간 앨리스 톡식도 평소에는 인간인데...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어릴 적의 트라우마가 행동의 계기가 되는 캐릭터이니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의미에서 제작진 리스펙트.

당신들의 단어 오용(자세한건 스니크 스니커와 디스바흐 캐릭터 소개를 참고하십시오)과

정보 해금 빨리빨리 안하고 굿즈 더럽게 안 내주는 점 외의 모든 것을 사랑해........ 아마.........


7. 카체일촌 맛있어.

사실 카체 차애인데, 지금은 밝지만 어두운 과거를 갖고 있는 점을 좋아합니다.

과거의 상처가 가끔씩 배어나오는 느낌도 참 좋아하고.

카체와 일촌이의 행동은 같은 것을 뿌리로 하지만(사람에 의한 상처, 트라우마)

그것이 전혀 반대 방향으로 튀었다는, 그 콘트라스트가 너무나 좋습니다.


스토리상에서는, 일촌이가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게

카체가 친구가 되자고 한 걸 들은 이후라는게 너무... 맛있다..........

애정결핍이겠지. 드디어 받은 사랑에 마음이 치유된 것일테고.

하지만 대의를 이루기 위해 그를 공격한거고 결국 헤어지고 마는 것이 좀 안쓰러울 뿐.

그래도 무슨 일이 있었든, 그가 카체의 말에 기뻐한 것은 사실이니까요.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어려운 친구인거 아닐까. 하지만 그것이 몸으로 솔직하게 드러났군요.

일촌이와 카체의 관계 서사는 앞으로도 계속 풀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상황에서 일촌이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건 같은 아픔을 겪었던 카체와 브레무지크 단원들 뿐이니까요.


8. 마지막으로 승리하는건 어느 밴드일까

이 작품이 음악배틀물이라는걸 생각하면 어떻게든 결말은 날테고

그것이 승리의 형태라면, 최종적으로 승리하는건 모모트루프가 아닐까 하고.

모모트루프가 주인공격 밴드이기 때문에, 라는 단순한 이유도 있지만

그들의 행동 계기가 제일 납득이 가고 작품에 완결성을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소거법적으로 생각하면, 블래스카이즈는 개인의 욕망을 위한 것(그리고 왜인지 뒤가 구림)이고

브레무지크와 앨리스톡식은 소원이 너무 광범위합니다. 앨리스톡식의 경우 얘네도 뒤가 구리고...

절단구락부와 일촌법사는 일그러진 소원이라는 점에서 작품의 완결성에 흠집을 냅니다.

그들의 소원은 스토리가 전개되며 다른 인간관계를 통해 해소되겠지요.

무색의 하늘과 비웃는 실은 대놓고 최종 보스이기 때문에... 생략.


그리고 다른 밴드에 비해 모모트루프는 성장형 밴드입니다. 

작중 묘사에서 보이다시피 밴드들 중에서는 최약체가 아닐까 싶은... 그런 느낌.

(브레무지크는 공격계라기보다는 치유계이므로 제쳐두고)

앞으로 성장해서 무색의 하늘과 비웃는 실(얘네는 대체 뭐라 줄여불러야 하는걸까)이나

아니면 다른 최종보스적 존재(꽃 피우는 영감이라든가)와 대립하게 되겠지요.

소년만화의 클리셰를 따르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고싶은 얘기는 많은데 의외로 시간도 걸리고 체력도 소모되네요.

다른 얘기는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일방적인 얘기지만 이렇게 써놓으니 재밌네요.


국내에도 좋아하시는 분들이 꽤 늘어난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오늘 갑자기 기하급수적으로 방문수가 늘었어요)

이 블로그가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다같이 기분 좋고 즐거운 덕질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ik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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