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모오 27

제29악장 『어둠을 따르는』

두 우타이비토가 연주하는 비애의 노래가 울리는 숲의 변방, 어두운 나무 그늘에 라이브 배틀을 조용히 지켜보는 6개의 그림자가 있었습니다. 각자의 소원을 위해 손을 잡은 "무색의 하늘과 비웃는 실"과 "절단구락부"였습니다. "듣기 거슬리는 노래로군" 노노는 카체 일행을 슬쩍 보고 내뱉듯이 중얼거렸습니다. "어쩔거야? 이대로 닥치고 보고 있어봤자 조용해지진 않을텐데" 칸은 조용히 보고 있는 것에 질린 모양인지 발밑의 꽃에 발장난을 치며 노노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그러자 옆 나무에 기대있던 쿠모오가 저편을 본 채 나직하게 말했습니다. "...한꺼번에 닥치게 만들면 안되나" "ー흠, 어떡할래?" 노노는 친근하게 웃으며 뒷편의 절단구락부에게 시선을 보내고 입을 열었습니다. "우리보고 처리하란 듯이 들리는데요" 의..

제18악장 『계략과 의혹』

"대체 무슨 바람이 분거람" 라이브 배틀을 제대로 결착내지 않은 노노를 수상하게 바라보며 칸은 옆에 서있는 쿠모오에게 물었습니다. "...사정 좋을 만큼 대신 싸우게 하고 편하게 구경하려는 거겠지" 쿠모오는 아무래도 상관 없단듯이 퉁명스레 대답했습니다. "아ー그런건가?" 납득했단 듯이 수긍하는 칸. 그 모습을 몰래 보고있던 코츠즈라는 노노의 미소 뒤에 불온한 기운이 있음을 요스즈메에게 알리려 어깨를 두드렸습니다. "있죠, 주인님ー 쟤네들" 하지만 그 충고를 제대로 하기도 전에, 누님의 원수를 갚는다는 것에 정신이 팔린 요스즈메의 일심불란한 마음이 노노를 찾았습니다. "뭘 하면 되지?" 노노는 그 눈동자에 아주 한 순간, 냉랭한 빛을 띠고는 이상하단 듯이 쳐다보는 코츠즈라를 막는 듯 요스즈메에게 손을 뻗는..

제16악장 『공허의 정적』

"고생하는군" 노노는 싱긋 웃더니 천천히 손바닥을 펼쳤고 순식간에 문자열이 포박되고 말았습니다. 귀찮단듯이 뒤의 두 사람을 힐끗 보니 눈 깜짝할 새에 그 포박도 사라졌습니다. "이제 너희 차례다, 이 도움 안되는 것들" 여유만만한 노노의 말에 맞춰 "무색의 하늘과 비웃는 실"이 연주하는 절망의 노래가 울려퍼졌습니다. 그 순간, 굉음은 단숨에 지워져 정적에 휩싸이고 절단구락부는 노래를 자아내려해도 자아낼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요스즈메는 확성기를 놓지 않았습니다. "설령 이 목이 찢어질지라도 노래를 계속 하겠다...! 누님을 위해ー" 혼신의 힘을 노래에 다한 그 때, 요스즈메는 격렬한 기침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병에 좀먹힌 몸이 한계에 다다른 것입니다.

제15악장 『움실대는 저주』

"조용히 경청하라, 이곳에 자아내는 것은 한 서린 노래요ー 혐오스러운 원수에게 고하는 선전포고의 주박이니라!" 확성기 사이렌과 함께 울부짖듯이 자아내는 절단구락부의 저주의 노래가 새카만 글자의 소용돌이가 되어 노노 일행을 덮쳤습니다. 글자에 몸이 묶인 칸와 쿠모오는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며 저항했습니다. 노노는 살며시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감싸는 문자열을 조용히 눈으로 좇았습니다. 승리를 가리키는 메트로놈의 바늘은 곧바로 절단구락부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하지만ー

제14악장 『막이 열리는 어둠』

앞을 가로막아선 노노 일행을 예리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오오츠즈라가 조용히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누구십니까" 묻는 오오츠즈라에게 대답대신 노노는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습니다. 그러자 그 발밑으로 칠흑의 실이 뿜어져 나와 순식간에 악기로 모습을 바꾸었습니다. "...그런 것인가" 요스즈메도 동료들과 함께 악기를 잡으며 조용히 말했습니다. "종지부를 손에 넣고 복수를 한다ー 누구도 방해하게 두지 않겠다"

제13악장 『안개와 그림자』

차가운 바람이 부는 한밤, 마을 외곽을 "무색의 하늘과 비웃는 실"이 소리 없이 걷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밖에 나오다니 흔치 않군" 길바닥의 돌맹이를 차며 칸이 퉁명스레 말했습니다. "좋은 걸 찾았거든ー 보렴" 노노가 조용히 턱짓한 그 앞엔 그들을 지긋이 응시하는 "절단구락부"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제7악장 『순백의 광기』

"아아, 시끄러워" 연꽃이 일렁이는 연못 부근에서 소리 없이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말하는 노노의 모습이 보입니다. "정말이지, 이 세계엔 잡음이 너무 많아" 천천히 뜨인 노노의 황금빛 눈동자엔 혐오의 기색이 번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보고 어쩌라고?" 옆에서 귀찮다는 듯이 머리를 긁는 칸에게 노노는 팔랑팔랑 종이를 들고 웃었습니다. "이 세상의 잡음을 없애는거야ー영원히" 꾸깃꾸깃 종이를 구겨 쥐니 주변은 다시 정적에 휩싸였습니다. 노노의 낭창한 손발에 연홍빛 꽃잎이 조용히 떨어지며 그림자를 드리울 뿐이었습니다.